2016-11-30 1

도박중독의 내 남편

그들은 재혼을 한 지 7년째라고 합니다.

두사람 사이에서 태어 난 아이는 없지만

세 자녀를 데리고 함께 살아가는 부부입니다.

 

제조업을 하고 있는 그들 부부는 부창부수로

손발이 잘 맞아 사업은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

이젠 경제적으로 조금 마음 놓고 지내도

될 여유도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아내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함께 어렵게 만난 사이이니만큼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려 애쓰고 노력해 왔지만

이제 앞길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이웃 사람들의 말로는

법 없어도 사는 사람이고,

천사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누가 어떤 부탁을 해 와도 그는 다 들어주고,

더 해주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그러다 보니 거래처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신임도 높다고 하는데...

 

그런 남편이지만 가끔씩 가족을 힘겹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도박, 혹은 노름이라고 부르는 그 일을

남편은 놓지 못하고 날이 갈수록 액수가 커지는

도박을 하고 있는 남편을 달래기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아주 잠시 뿐,

별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아내는 걱정이 커지고 시름이 깊어져서

이제 이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도박뿐만 아니라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도

제법 많다고 합니다.

술 때문에 다치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잠을 자고 들어오는 날도 더러 있다고....

그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눈동자가 풀어지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전화를 해서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하면

만사를 제치고 남편은 밖으로 나가며,

집안 식구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늘 바깥사람들만 신경 쓴다는 것입니다.

 

이제 부인도 그게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자신의 삶마져 무너지는 것 같다고...

 

남편의 성장 배경을 물어보았습니다.

어릴 때는 대도시에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도시로 이사를 갔다고.

이사를 간 그 동네에서 정을 붙인 어머니는

날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화투놀이로

세월을 보냈으며 아버지는 날마다 술을 드시곤해서

그는 늘 집안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가서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그 후엔 친구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나름대로 잘 보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처가

많은 것 같다고 부인은 말합니다.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가는 아이들은

서서히 아빠에 대해 비판적이 되어감과 동시에

아이들마져 무분별한 일상생활에

길들여져 간다는 것입니다.

 

상태가 좋아질 것 같은 생각이 별로 들지가 않고,

부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정도밖에 되질 않으니

마지막으로 한번 상담이나 받아 본 후에

그래도 안 되면 이혼이라도 하자는 것이

아내의 입장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이혼을 제의하자,

그제서야 남편도 조금은 놀랜 것 같다고...

그래서 아내의 뜻을 따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이라도 할테니

제발 마음을 돌려달라고 남편은 아내를 향해

애원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모든 문제의 출발은 어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엮이고 얽혀 살아가는

그 환경이 제공하는 맥락에서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가 상처받고 상처를 주게 됩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각각 심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심리치료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남편은

자신의 내면화된 불안을 찾아내었는데

그는 아주 어릴적부터 타인에게 최선을 다해야만

자신이 생존하고 제대로 살아갈수 있다는

신념이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중학교를 다닐 때 당했던

집단 따돌림 경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친구들이 시키는대로,

혹은 친구들이 원하는대로 맞춰주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고착화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후에도 마음 붙일 곳 없었던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도

가정의 소중함 보다는 바깥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일에 더욱 급급했으며

아내나 자녀를 돌보는 일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첫 부인 역시 남편의 그런 행동 패턴에 실망하고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에

이혼을 제의했고 아이들을 남겨 둔 채

위자료만 챙겨서 그를 떠났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장으로서

자신이 어떤 행동과 책임을 져야하는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녀 역시 첫결혼에 대한 상처가 너무 깊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그렇게 다정했던 전남편은

결혼과 함께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으며

아이를 임신할 무렵부터 더욱 더 노골적으로

다른 여자들을 가까이하고,

때로는 아내인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까지도

남편의 여자들을 곁에 두고 있고 싶어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가 너무나 비참하고

남편에 대한 적개심이 너무 커서 아이만 데리고

집을 나와서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겨우 두 식구가 먹고 살다가

힘겨운 경제적 상황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났으며

초기에 그는 너무나 다정하고 좋은 사람,

신실한 사람같아서 결혼을 결심했는데,

남편의 습관화된 노름과 음주,

그리고 가족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현재,

큰 상처를 경험하고 있다고...

 

부부와 함께 가족치료를 시작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과 배우자를 바라보게 했지요.

그리고 함께 무대에서 입장을 바꾸어

철저한 역할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자신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내의 입장과

아내가 살아오는 동안 받았을 상처와 아픔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 했으며 아내 역시 어린 시절 남편이 겪었을

심리적 상처와 주변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몰입하여

남편의 마음을 읽어내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향하여 자신의 마음 속에 숨겨놓고

드러내지 않았던 바램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무대위에 앉아서

자신들의 아픈 이야기와 이해받고 존중 받고

싶은 서로에 대한 바램들을 쏟아내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공통분모에 대한 연합과 분리작업,

두 사람의 공통분모가 되는 앵커링 자원들을 찾아내어

함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자긍심을 찾습니다.

 

오랜 세월을 돌아 뒤늦게 만난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서로 포옹하고 격려하는 장면을

끝으로 상담을 마무리했지요.

그들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감사하고,

힘든 고비 고비를 잘 넘겨 온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손 잡고 사랑으로 함께 하는 날들을

살아가리라 믿으며, 그들의 행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