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1

우울증에 걸린 남편과 아내

부부라는 이름만큼 애틋한 이름

옛부터 귀밑머리 풀고 만난 인연이라는 말도 있듯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 남자가 되고,

내 여자가 되어 서로 마주보며

일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엄청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혼을 택하는 부부가 많아지고,

서로 상처주고 상처 받으며 속앓이를 하며

살아가는 부부들도 참 많습니다.

서로가 부부로서 인연 맺어지기 이전에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오고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서로 다른 철학,

서로 다른 정서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하고

잘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부부로서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부부상담을 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어느 한 쪽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다른것임에도 불구하고

늘 어느 한쪽은 희생양의 모습을 하고

또 다른 한 쪽은 가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아내가 먼저 상담을 의뢰해 왔습니다.

그녀는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바라보고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먼저 상담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견디기가 힘이 들고

불면증이 생기기 시작하며,

깊은 잠도 못 이루고 점점 식욕도 없어짐을 느끼며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하면서

우선 자기 자신이라도 견딜 힘이 있어야

남편을 붙잡고 챙겨가며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어릴 적부터

대단히 외롭게 성장해 온 남편이

너무나 딱하고 불쌍하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대단히 원칙적이고 모범적이며

종교적인 생활에 몰두하는 아버지와 기도가 삶이며

신앙생활을 돈독하게 하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남들의 눈에는 이 집 보다 더 완벽한 가정이

없어보일 정도로 단란한 가정의모습을 보이며

타의 모범이 되도록 늘 강조하는 가정 환경 속에서

그녀의 남편은 성장했다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인 그녀의 남편은

언제나 어머니의 따뜻한 품안과 다정한 말투가

그리웠으며 아버지의 따뜻한 격려와 손길, 그

리고 훈훈한 사랑이 늘 그리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날마다 세상을 위한 기도를

아낌없이 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큰 액수의 기부금을 내어 놓으면서도

아들인 그에게는 대단히 인색했다고 합니다.

그는 저녁마다 의무적인 기도를 해야했으며,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져야하는지에 대해

무수한 조언을 들으며 그는 성장했다고 합니다.

 

금욕주의를 주장하는 부모님 아래서

그는 제대로 용돈 한 번 넉넉하게 받아보지 못하고

늘 마음 한구석으로 짜장면이라도 한 번 실컷 먹어보고

그 흔한 노래방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너무나

좌절감과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벌어오는 수입에 대해서도

부모님은 늘 종교기관에 어느 정도 헌납을

할 것을 강요하셨으며, 자신들의 생활비 속에서

낭비하거나 불필요한 돈을 쓰는 부분은

없는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계시며, 이러한 부분까지 너무나

부담스럽고 화가 나며 자신도 그

런 부분으로부터 정말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부모님의 모든 관심사는 자식들보다는

늘 신앙이 우선적이며,

가정보다는 종교기관이 더 우선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늘 아쉽고 외롭고 허전했으며,

자신은 부모님처럼 그렇게 깊은 심신이

도저히 가져지질 않는 부분에서

스스로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림은 물론,

이를 바깥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감추고

살아왔다고 아내에게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되돌아보이는 지난 날들 속에는

자신과 전혀 다른 아내를 보며

그러한 갈등이 더 커져간 것 같다고 합니다.

 

 

남편과는 정반대로 아내인 그녀의 가정환경은

자유롭고 유복했으며 다정한 부모님과

한없이 허용적이었던 조부모님과 함께

대가족 속에서 넉넉한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매일 저녁마다 가족들끼리 둘러 앉아

그 날 하루의 일상을 서로 나누며,

틈나는 대로 여행도 많이 한 편이며,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녀인 그녀에게

너무나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주셨다고 합니다.

신앙이 깊은 가족들이었지만

언제나 가족이 최우선이었으며,

늘 식구중 누군가에게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함께 기도하고 격려하며 살아왔다고...

 

겉으로 보기엔 시댁과 전혀 다를 바가

별로 없어 보이는 두 가정이지만

속 내용은 전혀 다름을 그녀는 남편의 입을 통해,

시부모의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드러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살아가는 시댁과 가족애의 따뜻함을 늘 누리고

작은 기쁨과 큰 슬픔들 까지 함께 나누며 살아 온

그녀의 친정의 문화는 대단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시부모님의 눈에는 자식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하면서

남편이 너무 애처롭다는 것입니다.

그는 늘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야했으며

흐트러진 모습이나 장난스러운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은 치명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결혼은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는 점점 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었으며, 무엇이든 터놓고 재잘거리는

아내와 지금도 만날 때 마다

그녀를 반가이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는

장인과 장모를 보며

여태 한번도 부모님으로부터 따뜻한 눈빛 한 번

제대로 못 받고 길러진 자신에 대한 속상함과

부러움이 함께 느껴져서

자신의 외로움과 경직성은 점점 더 깊어가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부모에게 생긴

적개심이 더 커져감을 느끼며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여린 심성을 가진 그녀의 남편은

이제 와서 자신의 과거가 불행하고

슬픈 생각이 든다며 가끔씩 긴 한숨을

쉬곤 한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남편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노력하지만

왠지 당황스럽고 그녀마저 남편의 이러한 상태가

너무나 힘겹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의 여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바람직한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남편과 함께 상담에 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우울한 남편이지만 아내를 몹시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이기에 잘 설득해서

두 사람이 함께 부부상담을 받도록 권유하자

그녀는 논리적으로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정을 다시 잡아 함께 상담실을 찾겠다는 말로

일차 상담을 끝냈는데

 

일주일 후 그녀는 남편과 함께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두 사람을 위해 심도 깊은 심리검사를 하고,

선호감각유형검사를 마쳤습니다.

두 사람과 함께 상담을 하는 동안

그녀의 남편에게는 의외로 많은 트라우마가

숨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두사람의 차이점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설계등을 구체화 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각자의 생각의 다름과 남편분의 심층심리 속에

숨어있는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거대한 신앙 앞에서의 왜소함이 주는

상처등에 대해 상담이 진행 되었으며

그들은 두 차례의 상담을 통해 모

두 각자의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원망스러웠던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애처러움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그의 아내 역시 남편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것이며,

남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바람직하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기뻐합니다.

 

그들은 곧 아기를 가질 계획을 했으며,

행복한 가정과 좋은 부모가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상담을 종료했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상담자 앞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부라는 인연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임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랑하며 키워가지만 부모의 DNA를 물려 받은

자녀지만 의외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부모와는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서로의 눈높이와 서로가 원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바라는 사랑의 방법과

부모가 어떻게 자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읽음이 바탕이 된 양육법 이야말로

이상적인 양육법일 것입니다.

 

상담을 마치고 부부가 고맙다며

손잡고 나가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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