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1

마음의 상처가 만들어가는 부부의 위기

그녀의 남편은 가족지상주의자 였다고 합니다.

오랜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한 아내에게는

하늘 같은 남편이었으며 아이 둘에게는

존경받는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직장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고 존중 받았으며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늘 행복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저녁 회사의 회식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만취상태가 되었으며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난 술자리에서

그는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의 도움으로

술집 가까운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아무래도 지난 밤에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애써 태연한 척 며칠을 지내고 보니

어느 날 그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온화한 그의 인상과

착실한 사람 됨됨이에 마음이 끌렸던지

점점 더 가까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회식 후에 들리게 된 모텔에서 있었던 우발적인

사고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그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일은 해결되지 않았으며

그는 죄책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불안정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으며

심지어는 공황발작까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가족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가장의 증상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를 힘들게 하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견디다 못해 그는 음독까지 했지만

결국은 위세척을 받고 깨어나고

며칠 병원 신세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그 여자가  집까지 찾아와 있었으며,

온 가족에게 그 동안의 일들이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고....

그는 한순간의 격분을 참지 못하고

그 여자를 집 밖으로 끌고 나가 자동차에 태우고

교외로 향했다고 합니다.

한적한 교외에서 그들은 서로 격앙된 목소리로

다투다가 돌아서는 그를 자꾸만 붙잡고

늘어지는 그녀를 밀쳐버리고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안은 한순간의 일로

풍지박산이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동안 가족들이 눈치 채지 않게

돈을 뺏기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숨 속에서 나름대로 일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에게 경찰이 찾아왔으며

그는 폭행과 살인미수혐의를 뒤집어 쓰고

일정 기간 형을 살고 출소했습니다.

 

남편이 형을 살고 있는 동안 그의 아내는

자식들과 이웃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았으며

아이들은 아버지의 억울함을 이해했으며,

아내 역시 어리석은 남편이 세상살이에 어수룩해서

당한 일이라 여기며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장성해서 하나 둘 출가하고 나니

그동안 억눌러왔던 지난 일들이

봇물처럼 수시로 터져 나와서 감당 할 수 없도록

남편이 괘씸하고 미울 뿐만 아니라,

어이없게도 폭언과 폭행까지 휘두르는 자신을 본

아내는 스스로가 기가 막혔습니다.  

 

스스로 지은 죄가 있어 입을 다물고 말없이

아내의 모든 화풀이를 받아주던 남편이

갑자기 좌절감을 느끼며 거식증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조금만 먹어도 자꾸만 토해내는 남편이

걱정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차라리 죽기를 바라기도 하고.....

 

병원진료를 계속하며 약을 먹어도

제대로 듣지 않고 식욕부진과 구역질을

되풀이하던 남편이 점점 더 야위어갔습니다.

 

보다 못한 딸이 부모님을 모시고

상담센터를 찾은 것이었는데.....

남편의 무의식 속에서는

자신이 살아있음이 부끄럽다는 생각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존심과,

아내와 자녀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서운하기도한

복잡한 감정을 함께 갖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하고 살아가는 것을

그의 한번 실수를 전혀 이해해 주지 않은 것 같은

아내가 서운하기 그지없다고.....

 

아내 역시 남편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잠시 덮어두고 지내다가도 드라마 속의

바람 피는 남자만 봐도 스스로 화가 치밀고

자신의 인생에 오점을 남편이 찍은 것만 같아서

분노를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최면상태를 활용한 역할극을 시도하고

함께 살아온 세월동안 서로가 힘겨웠던 장면들

속으로 몰입하여 그 속에서 억눌린 부정적 정서들을

증폭시켜 폭발시켰습니다.

 

부부가 된다는 인연이 얼마나 크고

귀한 일인지에 대해 그들이 서로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었습니다.

또한 그 사고로 인해 깨달은 것들과,

그 사고로 인해 세상에 대해 새롭게 눈 뜬

다양한 경험들을 오래 오래 나누었습니다.

 

누군가가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사람은 자신의 실수보다 더

큰 형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커다란 죄를 지어도 모르는 척

들키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 인생임을....

 

돌이켜보니 서운함에 가려 보이지 않던

남편의 커다란 그늘이

이제는 고맙고 든든하게 마음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함께 트랜스 행동치료를 받으며

함께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날이 고마움을 기록한 일지를 쓰며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있지요.

완전하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고,

입장을 바꾼 상태에서 그사람이 되어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편안하게

상대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행복한 부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밥을 먹을 가치도 없으며,

제대로 입을 가치도 없으며,

또한 하늘을 제대로 쳐다보기도 부끄럽게 여기던

그 남편은 이제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고,

아내 역시 남편의 소중함과 귀함,

그리고 그들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지도록 삶이

가르쳐 준 교훈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말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그들은 함께 심야극장을 가기도 합니다.

사람은 이렇듯 쉽게 행복을 찾을 수도 있으며

또한 쉽게 불행속을 빠져 들 수 있지만

내 마음이 어느 곳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지는 것이 우리들 인생입니다.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