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6 1

오래된 우울증과 허무주의

그림 그리는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흰머리카락이 참 우아하게 빛나는

소녀같은 그분은 할머니입니다.

 

손자와 손녀를 둔 할머니는

그 어린 아이들을 볼 때 마다 스스로

왜 행복하지 않은지를 반문 했다고 합니다.

노후 걱정 안 해도 될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고

건강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남편과

제 앞가림 잘 하며 살아가는 자녀가 있는데

왜 늘 깊은 우울함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을 못 찾겠다고.

 

그녀의 어린시절은  공주님 같았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아무도 모르게

겪었던 큰 슬픔이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그 후에 새어머니가 들어오시고

갑자기 낯설어진 집안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으며

곱고 착한 새어머니를 볼 때 마다

헌신적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웠으며

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커다란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새어머니의 아이들에게

대단히 헌신적이었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 잃은 남매는

서러움에 많은 밤을 울었다고 합니다.

왠지 낯선 환경....

왠지 어색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많은 위로가 되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결혼을 하고 어른이 되었지만

머리로는 아버지의 재혼을 다 이해하지만

지금도 왠지 서운하고 서먹서먹하다고 ...

늘 함께 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그 현실이

수십년이 지나간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고...

 

인생이 너무 무상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실한 사랑은 없다는 신념이 자라나고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도

영원하지 않음을 아버지를 통해 알았으니

삶이란 너무 허무하고

속절없는 신기루 앞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그녀는 종교생활에 귀의하고

신앙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채울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허무주의자로, 염세주의자로...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속으로 깊은 우울증환자가 되어 간다고 합니다.

 

크게 소리내어 웃은 기억이 별로 없고

남들이 다 부러워 할 좋은 일이 생겨도

그저 그렇다고...

남은 인생 크게 한 번 웃어보고

가슴 뛰게 즐거운 생활도 해 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까요????

그녀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그녀는 우리와 10시간을 함께 하며

긴 과거의 그림자를 걷어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본성 속에 깃든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과 존중감,

또한 신뢰와 존재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거듭날 수 있었다고 우리에게 감사해 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느냐고요?

설명이 너무 길어 생략합니다.

열시간의 상담을 몇 줄 글로 표현하기엔

너무 많은 제약이 있지요.

 

최면상태에서 그녀는 자기 내면 깊숙한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곳곳에서 숨어

울고 있는 내면의 어린아이인 자신을 만나고

다독이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다시금 성장하는 기회를 가졌지요.

모두가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최면에 대한 오해는 무궁하지만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최면이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모든 것이 자기최면의 결과이며

살아가는 동안 입력된 정보를 통해

나를 재편집 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기회였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좋은 날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