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1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쳐요

청소년들의 감정과 정서는

안정적이지 않은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다양한 감정적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거부감을 노출하는

경우도 많으며 행동양식에서도

충동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이 취약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어

존재감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지요.

 

여름 방학을 맞이하기 전에

상담을 했던 사례가 생각납니다.

그녀는 고교 2학년 학생이었으며

학교에서도 명랑하고 진취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요.

 

지난해까지도 착실하던 그녀가

3월 개학을 하면서도 부터 귀가 시간이

점점 더 늦어지고 때로는

친구집에서 잠을 자거나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예 친구집에 며칠 동안 입을 옷을

가져다 놓고 지내면서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부모의 마음은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었지요.

자꾸 집을 멀리 하니

부모가 억지로 집으로 끌고 와서

심한 야단을 치는 중에 그녀는 갑자기 소리지르며

엄마를 향해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엄마가

'이러고도 니가 내 딸이냐?' 고 물으니

그녀는 도리어 '니가 내 엄마냐?'고

달려 들다가 아버지로부터 심한 매를 맞았다고...

성적과 집중력이 자꾸만 떨어지고

생활도 엉망이니 걱정이 된 어머니가

반강제로 끌다시피 해서 상담실을 찾았고

그간의 설명은 눈물바람으로 이어졌습니다.

 

내담자의 자발적 의지가 없는 상담은 여럽습니다.

학생은 입을 다물고 좀처럼 말을 하지 않습니다.

기다리다 어머니를 나가시게 한 후

이야기를 시작해 보니 그녀는 집이 너무 싫다고...

초등학교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던 엄마가 

몇 년 전 직장을 접으신 후부터 시작된 너무나

지독한 관심과 간섭에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빗는 일부터

잠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어머니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중학교 시절부터 잘 챙겨야

대학을 잘 갈 것 같아서 순전히 그녀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라고.... .

 

수시로 그 말을 듣는

딸의 스트레스는 날로 늘어갔다는 것이지요.

친척이나 엄마쪽 지인들에게도

그녀에 대한 과한 칭찬과 기대,

그리고 과장된 성적을

이야기 할 때 마다 너무 힘들었다고.....

 

그녀의 성적이 학급에서 3등 정도하면

엄마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전교석차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

그녀는 정말 부담이 컸다는 것입니다.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서

딸을 과대포장하는 엄마가 싫었으며

중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쓰러지신

할아버지를 간호해야 했던 엄마는

수시로 할아버지의 병원비에 대한 부당함과

불평을 끊임없이 쏟아내었다는 것입니다.

 

그 딸의 눈에는 엄마가 존경스럽지 못하고

또 경멸스러운 모습으로 보였다고....

언제부턴가 엄마와 눈을 맞추기도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었으며 공부를 잘 하게 되면

엄마가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공부도 하기 싫은 생각이 든다고 했으며

엄마를 힘들게 하는 일을 즐겼다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같은 지역에 사시는 것도 아니고

지방에 계시면서 가끔 뵐때마다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분들인데

갑자기 편찮으셔서 어쩔수 없이 서울로 오시고

또 병원에서 병과 싸우며 고생하고 계시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눈물이 나고

가슴이 너무 아픈데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4개월 정도 병원생활을 하신  후

퇴원하시고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지만

할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엄마가 싫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녀는 울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엄마의 딸이라는 것이

너무 싫다고 합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할 말이 많습니다.

아이가 늘 엄마가 직장을 다니는 것에 대해

불평이 많았으며 다른 집 엄마들은 집에서

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데 자신은

직장 생활을 한다는 핑게로

너무 무성의한 엄마가 원망스럽다는

말을 자주 했으며 꼼꼼하게 챙겨주고

대화를 나누는 엄마를 가진 친구들을

너무 부러워하기에 큰 맘 먹고

딸을 위해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대화를 늘 시도했지만 청소년기의 딸은

그러한 엄마의 노력을 무시하더라고.....

방안 정리 정돈을 너무 못 하는 딸을

가르치기 위해 타일렀을 뿐이며

공부 성적 역시 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그리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시부모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해 속이 상한 적도 많으며

다른 형제들은 너무 나몰라라 하는데

자신만 온갖 책임을 떠 맡는 것이 불만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불평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딸이 엄마를 향해 욕을 하고

폭행을 시도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상처이며

용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합니다.

 

부모님께는 청소년기의 특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청소년기의 부모들은

자칫 자신의 잣대로 자녀를 훈육하거나

그들의 감정을 살피지 않은

일방적인 설교는 자칫

그들을 더욱 흥분하게 하고

자제력을 잃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의 방법이나 기술에 대한 부분도

세밀하게 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눈물 범벅이 된 딸의 마음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려 최면상태로 유도하고

그녀의 어린시절,

사랑스러웠던 그 시절로 퇴행을 하고

그 속에서 부모님과의 단란하고 행복했던

기억에 젖게 하자 그녀는

자신의  의사소통 방법이 서툴렀음을 인정하고

그들은 서로에 대해 자신의 속마음을 알리는

효과적인 소통방법을 익혔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한 것인데...

우리는 늘 전문성을 잃고 일방적으로,

감정적으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동안에 걸친 상담을 마치고

그들은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이해의 폭을 넓히며 해피엔딩이 되었지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고

그녀는 다시 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매사에 조심스러워진 엄마는

뭔가 할 말이 있을 때마다

그 방법을 의논하기 위한 전화를 가끔 주십니다.

그리고 심리치료나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주변분들에게

설파하고 다닌다는 말씀도 곁들이면서....

 

잘 지낸다는 안부가 가장 반갑고

기분좋은 소중한 복음으로 들립니다.

청소년 시기를 지남은 부모와 자녀는

서로 서로 조심 조심 건너야

할 돌다리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천둥 번개가 치듯 맞부딪치지 않고

때로는 기다리고 인내하며

그들의 질풍노도를 지켜 보며

그들이 좀 더 숙성하도록 지켜 보아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들 역시 그렇게 불안정한

격랑의 파도속을 헤치고

이렇게 나이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그들은

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