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8 1

우울증과 무기력증의 쉰 다섯

쉰다섯살의 내담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그리고 폭식으로 인한 비만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한 지경이었습니다.

 

가족들의 걱정이 컸지만 속수무책이다가

큰언니의 손에 이끌려 최면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남아선호 사상이 짙은 부모님은 그녀 아래로

남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집안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며

조금이라도 남동생을 불편하게 하거나

싸우기라도 하면 부모님으로 부터 

심한 매질을 당했으며

나중에는 남동생으로부터도 폭력을 당하여

점점 더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늘 남자가 무서웠고

극도로 공포스러울 때가 많았답니다.

아버지도 싫고, 남동생도 싫고,

중학교때 남학생들의 치고 박는 싸움을 보며

더더욱 남자가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그녀의 남자공포증은 세상 밖으로 그녀를

몰아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며

자존감,  꿈, 희망 같은 것을 버리게 했습니다.

 

좌절이 습관처럼 굳어져 만들어진 무기력증,

우울감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때로는 그런 자신이 싫어서 가족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피했습니다.

그녀는 불안과 초조로 남은 삶을 연명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함께 온 큰언니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언제나 유순했으며 부모의 말을 

한번도 거역하지 않았으며

남동생에게 죽도록 맞으면서도 아무에게도

고자질 하지 않고 참고 또 참으며

속으로만 삭이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다른 자매들은 성격이 강한 편이고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결혼을 하여 잘 사는데

유독 착한 이 동생이 걱정이라는 언니는

동생이 너무 불쌍하여 남동생과는 거리를 두며

이 동생을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착한 그녀는 아직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며

집안을 꾸려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매들이 한마음으로 그녀의 삶을 

찾아주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상담실에서 마주 앉은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모든 질문에 '모른다', '아니다', '괜찮다'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상담횟수가 거듭되면서 친밀감이 생기자

조금씩 속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살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고

수시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얼른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결혼한 남동생이 가끔 집에 도는 날은 

'하루 종일 가슴이 벌렁거리고 식은 땀이 난다.

손이 덜덜 떨릴만큼 무섭다.'

라는 말을 하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만약 자신에게 새로운 인생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물어보자

'폭식을 멈추고 살을 빼고 싶다.'

'살을 뺀 후 기술을 배워 일하고 싶다.'

라는 말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그것이 현실로 실현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을

신뢰하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노모에게

'그만하라.'는 말대꾸를 할 수 있을만큼 힘이 생기고

그동안의 속상했던 일들을 투정을 부리듯이

이야기 하며 하소연도 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지인이 운영하는 일터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가게를 돕게 되었는데

작은 돈이지만 스스로 번 수입이 생겨

정말 행복하다고 자랑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긴 세월 못다 피운 꽃을 

지금에야 조금씩 피워보려 합니다.

뼈에 사무치게 서럽고 외로웠던 아픔들을 딛고

그 자리에 새 꿈을 심고 있는 중입니다.

나이가 뭔 대수냐?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응원을 보내주는

자매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그녀는 이제 홀로 일어서고 있습니다.

 

어린시절의 아픔과 상처,

편애와 폭력은 골수에 새겨져 당하는 이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듭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이 필요하며

그 사랑을 서로 나누고 응원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소중한 가족이 있어 그녀의 재기는 시작되었으며

부모나 남동생 대신 따뜻한 자매들이 

그 자리를 채워 주어 

그녀는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녀는 천천히 나아갈 것이며 우울하지 않고,

자신있게 스스로의 삶을 엮어갈 것입니다.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다! 는 말이

그녀를 더욱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