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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경력 15년째인 그분은
말끝마다 ‘내가 우울증이잖아’를 달고 삽니다.
모든것이 귀찮고 불면증이 있어서
푹 자지도 못하고 늘 눈이 깔깔하고
입맛이 없어 뭘 먹어도 맛을 못 느끼겠답니다.

우울증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의 길고 긴 우울증 경력을 나누며
우울증 박사가 됩니다.

그런 그 분에게 어느 날 결혼 한 딸이
강아지를 안고 와 1년만 맡아 달라고 합니다.
사위가 해외지사로 발령이 나서
1년 정도 해외근무를 해야 하는데
애지중지 하던 그 강아지를 데려 가지 못하니
믿을 사람은 엄마 뿐이니 맡아달라고 ….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던  그 분은
눈물 글썽이는 딸의 처지가 딱해서
강아지를 맡아 키우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늘 침대에 누워지내던 그분은
강아지가 대소변을 볼 때 마다 일어나 치우고
강아지가 재롱을 떨 때 마다 웃게 되고
강아지 간식과 밥을 챙겨 주느라고
제대로 누워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텅 빈 집에 노부부가 고요히 살다가
강아지 식구가 들어오면서 바빠지고
말도 많아지고 잔소리도 많아지고
노부부의 이야깃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서너달을 지내다 보니
낮시간의 작은 노동이 피곤하여
밤이 오면 정신없이 잠에 곯아 떨어지고
강아지 안부를 물어오는 딸에게
수시로 강아지 재롱을 자랑하며 웃다 보니
어느 새 생활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알아듣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강아지고 갑자기 고맙고
그 강아지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일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노부부는 매일 저녁 지난 일들을 떠 올리며
좋았던 추억, 기뻤던 기억들을 나누며
하나 하나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또 몇달을 보내면서
우울증 박사이던 그분의 우울증은 사라지고
삶이 감사하고 고맙고 기쁜  사람이 되어
매일 전화기로 강아지 사진을 찍어
일기를 쓰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감사와 기쁨이 가장 좋은 약,
그 감사와 기쁨이 있는 곳에
우울증은 존재하기 어렵지요.

누군가가 우울하다면
즐거운 기억들과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 올리고
오래 그것을 나누어 보신다면
우리 마음이 환해지는 벅찬 가슴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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